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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글쓰기

거절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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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거절해야 할 상황이 참 많다. 예전에는 거절하는 것이 미안한 기분이 들어 억지로 OK 한다던가, 아니면 서서히 답을 하지 않으며 읽씹을 한다던가, 애매한 의사 표시로 오히려 상대방을 본의 아니게 희망 고문 시키는 등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과거 경험을 토대로 어떤 게 좋은 거절일지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나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되 표현 방식을 완곡하게 하여 상대방이 상처를 받거나, 기분 나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메시지가 확실히 전달하되 상처가 될 만한 직접적인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다. 주관적인 것으로 내가 하는 방식이 맞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도 접근 가능하다는 차원에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사례 (1) 무료 PT 받은 후 유료 결제를 원하지 않으나, 지속적으로 연락이 오는 상황

헬스장 트레이너들이 회원을 모집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 1~3회 무료 레슨을 제공한 후 유료 결제로 유도하는 상황이다. 잘 맞아서 유료 결제로 등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3회까지 무료로 받아 놓고 미안한 마음에 결제하는 경우도 다수 있을 것이다. 1회 레슨을 받아보고 내가 유료로 등록할 마음이 없다면 1회에서 끝내는 게 맞다. 운동할 때마다 마주치는 불편함 때문에 또는 계속해서 다음 스케줄을 잡자고 연락이 오는 경우 나는 아래와 같은 거절 방법을 사용한다.

 

"1회 무료 레슨은 잘 받았습니다. 제가 개인사정(회사 이직, 집 계약 등) 상 유료 PT로 전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상황 보고 가능할 때 제가 먼저 연락드릴게요"

"아는 지인이 헬스 트레이너인데 싸게 해 준다고 해서 그분을 통해 받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그분 통해서 받아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불편한 감정 때문에 안읽씹/읽씹 하거나 조금 더 고민해 볼게요라는 식의 애매한 답을 하면 헬스장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될까 봐 불편해서 아예 안 가게 되거나, 조금 더 고민이라는 말 때문에 상대방은 계속 언제 시간이 되는지 물어볼 것이다. 따라서, 레슨을 받지 않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주되 완곡한 표현을 쓰는 것이다. 너와 맞지 않아서 등록하고 싶지 않다는 식의 매우 직접적인 표현을 쓸 필요는 없다.

 

 

사례 2) 소개팅 후 상대방이 계속 연락이 오나 나는 정리하고 싶은 상황

 

30대에 소개팅을 하면 보통 만나는 약속을 미루거나, 답을 늦게 하거나, 대답하지 않거나 하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자연스럽게 눈치채고 연락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눈치 없이 계속 연락 오는 경우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 오히려 씹거나 대답을 늦게 하면 상대방이 밀당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고 또 괜히 희망고문 하면서 상대방의 시간을 낭비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마음이 정해져 있다면 애매하게 행동하지 말고 확실하게 행동하는 것이 상대방을 도와주는 것이다. 어느 정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주선자를 통해 전달하는 것보다 당사자들 간 정리하는 게 맞다 (주선자의 역할은 소개팅을 연결해 주는 것 거기까지로 더 이상 주선자를 힘들게 하지 말자. 이런 일이 반복되면 주위에서 소개팅을 해주지 않는다.) 

 

"너무 짧은 시간이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씨는 참 좋은 분인데 저와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보다 더 잘 맞는 사람 만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직설적으로 외모가 마음에 안 든다, 내 이상형이 아니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며 잘 모르는 상대방에게 너무 솔직한 거절로 굳이 상처를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연예인이 아니고서야 일반인들의 외모는 다 자기 기준에서 판단하는 것으로 굳이 외모에 대해서도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미안한 마음에 우리 좋은 친구로 지내요, 좋은 오빠 동생으로 자주 봐요라는 것은 더 상처가 되는 말이다. 상처 주지 않는다고 어장관리성 멘트를 하는 것보다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깔끔한 방법이다. 소개팅을 하는 이유는 친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니 그 목적에 맞게 확실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례 3) 직장 동료가 무리한 또는 반복되는 업무 부탁을 할 경우

"무리"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고 직장 상사가 시키는 일은 대부분 그대로 수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직장 상사의 업무 지시는 하는 것이 맞지만 간혹 동료/동기 사이에서 애매한 일이 넘어오는 경우가 있다.

 

특히 직장 동기는 입사 초반에는 신입사원의 외로움을 함께 나누는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사이이나, 친구도 일적인 동료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의 애매한 포지션을 빌미로 본인의 업무를 넘기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내가 그걸 왜 해야 되냐, 본인이 직접 하라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도 있으나 능구렁이들한테는 직접적인 메시지가 잘 안 통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조금 여우 같은 행동이 필요하다. (나는 여우처럼 행동 못해요라고 할 수 있지만 회사에서 모든 걸 다 받아주면 결국 번아웃이 오는 건 나 자신이다. 적당한 처세술이라고 생각하자) 

 

본인이 해야 할 일을 떠넘겼을 때 도와주면 어느 순간 호의가 권리가 되어 버린다. 한 번은 부탁이지만 반복되면 시간이 지나면 내 일이 되어 버린다. 펑크가 나도 큰 문제가 벌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나한테 왔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몇 번의 경고를 주고(더 급한 업무 지시, 너무 바빠서 할 수 없다 등을 지속 얘기) 고의로 하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기 때문에 내가 하지 않으면 본인이 하게 되어 있다. 펑크가 날 정도로 중요한 일을 남에게 맡길 정도로 무책임하거나, 무능력한 사람은 회사에서 오래 버틸 수 없으니 더더욱 도와줄 필요가 없다. 

 

그리고 어쨌든 회사라는 곳은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한 곳이 아닌 강한 사람이 살아남도록 구조화된 곳이다.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은 정말 아닌 것은 아니라고 표현을 해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YES맨을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고 본인도 이미 충분히 지치고 힘들기 때문에 상대방의 YES를 굳이 NO로 해석하며 그 이면의 마음을 알아보려는 일말의 노력은 하지 않는다. (여긴 돈 버는 회사이기 때문에 그렇다. 가족과 연인 관계와 다르다) 


더 많은 거절의 상황이 있겠지만 일단 생각나는 세 가지 사례만 적어보았다.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보면 거절의 기술 등 거절에 관련한 정말 많은 책들이 있다. 이런 책이 꾸준히 베스트셀러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대부분 사람들이 거절을 어렵게 느끼기 때문이며, 그와 동시에 나를 지키기 위해서 어느 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거절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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