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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글쓰기

사람이 잘 맞는다는 의미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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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잘 맞는다는 의미는 나와 비슷한 관심사,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잘 맞는다는 의미는 결이 비슷하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참 이것저것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효율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고 도태되는 것 같은 성격 탓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성격도 엄청 급하고 인생 피곤하게 산다는 얘기를 참 많이 듣는다. 그에 반해 내가 관심이 없는 것은 정말 무관심하다. 난 먹는 것에 큰 욕심이 없어서 잠깐의 먹는 즐거움을 위해 요리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 그래서 나는 할 줄 아는 요리가 없다. 우리 엄마는 종종 그렇게 요리를 못하면 결혼해서 어쩌려고 그러냐는 등의 잔소리를 하지만 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언젠가 요리에 취미를 붙이면 잘하게 되겠지만 지금은 그 보다 더 하고 싶은 취미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 남자친구와 만난지 1,000일이 되는 날이다.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와 나는 3년을 만나면서 거의 싸운 적이 없다. 남자친구와 나는 성향이 좀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동성친구였으면 아마 친하지 않았을 것 같다. 남자친구는 외향적인 성격으로 사람들에게 주목 받는 것을 좋아하고 그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 반면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하고 사회생활 외에 친구를 만나는 것에 큰 즐거움은 느끼지 못한 타입이다. 남자친구는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는 타입이라면, 나는 혼자만의 자기계발을 통해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즐거움을 좋아한다. 

 

그런 우리가 왜 잘 맞는지 생각해보면 우리는 좋을 때 정말 좋은 것보단 크게 안 좋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어떤 커플들은 좋을 땐 너무 좋고, 싸울 땐 미친 듯이 싸우는 불같은 연애를 하지만 우리는 좋을 땐 그냥 적당히 좋고, 싫을 땐 적당히 싫은 그런 느낌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침범받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선"이 존재하는데, 나랑 남자친구는 묘하게 본능적으로 그 선을 알고 넘지 않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굳이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너무 싫어하는 것은 본능적으로 안 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난 그것을 "우리가 잘 맞는다"라고 느낀다.

 

남자친구는 나한테 요리해주는 걸 좋아해서 항상 맛있는 밥을 만들어준다. 내가 요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지 않는다. 반면에, 나는 남자가 돈을 더 많이 써야 된다, 무조건 더치페이를 해야 된다 라는 생각은 없기 때문에 남자친구보다 돈을 더 쓸 때도 있고 이것에 대해 불만이 없다. 우리는 한 사람이 더 많이 준다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저마다의 방식으로 눈치껏 더 베풀려고 노력한다. 인간관계가 틀어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결국 주고받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엔 더 주는 쪽이 불만이나 아쉬움을 가지며 상대방에 대한 서운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선이 다르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서로의 선을 파악해야 되지만 쩨쩨해 보일까 봐 그 선을 숨기게 되면 마음속 불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마련이다.

 

혼자일 때 나는 내가 모든걸 잘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주차를 잘 못하고, 쓰레기 버리는 걸 귀찮아하고, 요리도 못하고, 길을 잘 못 찾고, 이사나 힘써야 하는 일이 생기면 남의 도움을 받는다. 지금은 내가 부족한 부분을 남자친구가 채워주기 때문에 나는 내가 잘하는 영역에만 집중하고 못하는 부분에 대해 스트레스받으면서 보완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 각자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행히 그 부분이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친구를 통해 물고기 키우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난 누군가를 돌보고 반복적인 노동을 정말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해봐야 느끼는 것들이 있다. 물고기를 돌봄으로서 반복적인 노동의 즐거움을 깨닫고 있다. 

 

역사적으로 인간이 남/녀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을 보면 이것이 대를 이어나가는 것에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와 여자는 생물학적으로 상호 보완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대를 이어나가는 데 있어 남남/여여의 결합보다는 남/녀가 더 이상적인 조합이었을 테고, 과거에 여자들이 일을 하는 대신 육아에 전념하였던 것도 많은 자식을 효율적으로 기르는 방법이 남자가 밖에서 돈을 벌고 여자가 육아에 전념하는 것이 효율적인 구성이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유지되지 않았을까.

 

앞으로 10년 뒤에 나는 "잘 맞는다" 라는 것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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