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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글쓰기

일상의 귀찮음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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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내가 가장 이해가지 않았던 것 중 하나는 왜 일어나면 이불을 정리해야 되는 것이며 (어차피 다시 잘 거인데), 가지고 논 장난감을 제자리에 왜 갖다 놔야 하는지(어차피 다시 가지고 놀건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는 나의 질문에 이해할만한 명쾌한 답을 내려주기보다는 그건 당연 것이라며 등짝 스매싱을 날렸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오랫동안 찾지 못했고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서 그 답을 조금이나마 이해한 것 같다.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개발서를 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이불과 침대를 정돈하라고 한다. 세상은 온통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변수로 뒤덮어져 있는데 하루의 시작을 내가 제어할 수 있는 것으로 시작하면 그것이 무의식 안에서 작은 성공 경험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귀찮지만 이불을 깨끗이 정돈하는 그 행위 자체가 나의 하루의 시작점을 다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인스타/유튜브를 보면 밥을 먹기 전에 플래이팅 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그릇도 정말 예쁜 것만 사용한다. 나는 인스타 사진용, 보여주기식으로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행위 또한 한 끼를 소중하게 여기며 식사를 하는 이 순간을 가치 있는 시간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한끼를 대충 때우면 그것은 배를 채우기 위한 행위이지만 정성 들여 차린 밥상을 보면 이 한 끼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생각해 보면 일상은 귀찮은 일 투성이다. 쓰레기 버리기, 설거지하기, 빨래하기 등등..

 

거기다 난 최근 물고기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귀찮은일이 더 생겼다. 내가 키우는 디스커스 물고기는 열대어라 어항에 온도고 높은 편이라 물을 자주 갈아주어야 한다. 물생활 하는 사람들은 이를 "환수의 노예"라고 하는데 정말 적절한 단어이다. 디스커스가 밥을 먹고 나면 생기는 잔반과 똥을 내가 잘 치워주지 않으면 수질이 오염되어 병에 걸리고 만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보며 사서 고생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왜냐면 나도 예전에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러면 왜 사람은 일상의 귀찮음을 견뎌내야만 할까? 오히려 애완동물을 키우는 등 귀찮은 것들을 더 만들어낼까? 이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일상의 귀찮음을 견뎌내면 삶이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다. 견뎌낸다는 표현보다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더 나아가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삶은 보다 풍요로워진다. 물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환수의 노예보다 환수의 기쁨이라는 표현을 쓰며 자신의 행동을 즐기려고 한다. 

 

잠깐의 귀찮음을 이겨내면 생각 보다 몸은 빠르게 적응한다. "일단 시작해라", "일단 움직여라"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 자고 일어난 이불을 정리하며 하루의 새로운 시작에 대해 정신을 전환시킬 수 있고
  • 정성들여 만든 한 끼는 식사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주며
  • 청소는 정리되지 않은 나의 내면의 생각들을 정리시켜 주는 효과가 있고
  • 디스커스들을 키워보지 않으면 물생활이라는 취미생활의 기쁨도 모를 것이다

 

난 니체의 영원회귀 이론을 좋아한다. 내가 이해한 선에서 영원회귀는 동일한 것을 무한히 반복한다는 의미이다. 몇만 번을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삶과 같은 형태로 산다는 것으로 지금 내가 하는 행위를 영원히 반복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이 이 행위/순간이 앞으로 무한히 반복될 것을 생각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삶을 산다는 것은 귀찮은 일 투성이지만 이것을 귀찮음으로 받아들이느냐, 삶의 가치로 받아들이느냐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하루의 일상이 달라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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