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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글쓰기

적당한 관심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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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키우면서 여러 가지를 많이 배우는데 최근 무관심과 관심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물고기에 너무 많은 관심을 주다 보니 먹이를 많이 준다던가, 잦은 환수(물갈이)로 인해 물고기들이 스트레스에 받아 병에 걸리게 되었다. 반대로 무관심하게 두면 초기에 발견하면 쉽게 치유할 수 있는 질병도 뒤늦게 발견하여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용궁을 가는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가장 좋은 것은 무관심한 척 하되 관심을 갖는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조급한 마음을 없애고 관심이 없는 척하는 것이다. 사람간의 관계에서 관심이 없는 척하는 것은 엄청난 심리전을 요구하지만, 물고기에게 관심 없는 척 하는 것은 물을 너무 자주 갈아주지 않기, 계속 쳐다 보지 않기, 밥 적당히 주기를 지키면서 물고기의 상태를 꾸준히 관찰하는 것이다. 나의 관심과 배려가 물고기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으니 공부가 필요하고, 함께하는 시간이 누적되며 경험치를 통해 배워나갈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사람간의 관계에서 밀당도 같은 원리이다. 너무 당기기만 하면 쉽게 질리게 되며, 또 밀기만 하면 완전히 밀려나기 때문에 관심이 있지만 없는 척하며 상대방이 계속 나에게 다가오게 만드는 것이다.

 

20대 연애를 할 때는 연인과 모든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상대의 모든 시간이 나로 채워지길 바라며 그렇지 않을 때는 서운한 감정이 커졌다. 하지만 점차 나이를 먹으며 사람은 저마다 삶의 패턴이 있고 나와 다른 부분이 필연적으로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무관심한 척하며 각자의 자유를 유지하는 것이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상대방이 싫어할 행동은 스스로 하지 않고 서로의 신뢰와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무관심한 척은 도움이 된다. 생각해보면 엄마와 싸울 때는 항상 엄마의 지나친 관심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순간이다. 엄마는 딸을 걱정해서 한 행동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오히려 한 집에서 같이 살 때보다 나와서 독립을 하고 주말에만 엄마를 보는데 훨씬 사이가 좋아졌다. 엄마는 우리가 다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더 이상 싸울 일이 없다고 하지만 난 적당한 거리감이 우리의 사이를 좋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무관심한 척 하며 관심을 갖는 것은 연애고수들만 사용하는 스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회적 기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너무 무관심 하다면 극단적으로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가 될 수 도 있고,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가치에 대한 기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열정적으로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려고 하면 번아웃이 오지 않을까. 답이 정해져 있는 흑백의 논리가 아니라 삶의 경험과 지혜가 필요한 부분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연습이 필요할 듯하다.

 

물고기를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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